세상이 변한다./전염병의 횡포
<전염병의 진화>전염병의 과거와 미래
이세덕
2024. 12. 6. 19:31
<전염병의 진화>전염병의 과거와 미래
<전염병의 진화>전염병의 과거와 미래
전염병의 과거와 미래
항생제·백신에 견디는 내성병원체 속출… 아예 죽지 않는 수퍼박테리아도 출현
페스트·호흡기질환 등 전염병이 세계사 바꿔
미래엔 우주미생물과 온난화로 인한 열대성질병도 위협
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와 숙주(동물·사람) 사이의 작용은 크게 유행성-풍토성-공생 세 단계로 이뤄진다. 전염병이 유행하는 유행성 단계 이후엔 일정 수준의 감염률을 유지하는 풍토병으로 남거나, 서로 이익을 주는 공생 단계로 접어든다. 이때 전염병이 전세계적인 유행으로 번지면 ‘범유행’이라 부르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예가 많다.

가장 잘 알려진 예는 흑사병(페스트)이다. 흑사병의 1차 범유행은 540년 이집트 남부에서 시작됐다. 이 병은 그 후 6년 내 유럽 전역으로 번졌고, 소규모의 국소적인 발병을 일으키다가 14세기 유럽에서 2차 범유행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2500만명 추정)이 사망했으며, 사망자가 속출하자 노동력이 감소해 사회·정치적인 변동까지 일어나 중세시대가 르네상스 시대로 이행되는 전환점이 됐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을 몰살시킨 호흡기 질환도 대표적이다. 15세기 각종 질병에 면역을 가진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하면서 전파된 두창,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등은 원주민 대부분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유럽인의 아메리카 대륙 정복이 전염병의 유행으로 비교적 손쉽게 이뤄졌다는 분석도 많다. 또 19세기 초 유럽을 정복한 프랑스 나폴레옹 군대는 러시아 원정을 떠나면서 발진 티푸스와 이질로 고생하다 전쟁 전사자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낳았다. 전염병의 유행은 나폴레옹의 절대권력이 쇠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점차 과학이 발달하면서 인류는 전염병의 원인을 밝혀내기 시작했다. 1854년 영국인 의사 존 스노(John Snow)는 콜레라의 유행이 음용수 오염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1880년대 루이스 파스퇴르(Louis Pasteur)와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도 탄저균과 콜레라균을 발견하면서 특정 세균이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하지만 의외로 인류 역사상 가장 무서운 전염병 범유행은 20세기 초에 발생했다. 1918년부터 1919년까지 유행했던 ‘스페인 인플루엔자(스페인 독감)’는 인류 역사상 같은 기간 그 어떤 질병보다도 많은 사람, 특히 청년층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1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약 4000만명이 사망했으며, 치사율은 무려 2.5%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