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오행>일곱 살까지 형성되는 컬처 코드
<음양오행>일곱 살까지 형성되는 컬처 코드
일곱 살까지 형성되는 컬처 코드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3세까지의 경험과 행동이 인생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입니다. 아이들이 걸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자신과 다른 성별의 아이가 해부학적으로 다르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문화권에 살든 세 살 때 습득한 언어 문법 안에서 사고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7세도 일생을 좌우하는 중대한 변화를 겪는 때입니다. 7세는 사람의 문화적 무의식(컬처 코드Culture code)을 결정짓는 분기점입니다. 어릴 때 먹었던 음식에 대해 향수를 느끼고, 같은 사물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하며,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게 됩니다.
우리는 대부분 7세까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물의 의미를 각인한다. 7세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감정이 가장 중요한 힘이고, 7세 이후의 어린이는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대부분 7세 이전에는 한 가지 문화만 접한다. …… 이처럼 어린 나이에 잠재의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강력한 각인은 그들이 어떤 문화에서 성장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 클로테르 라파이유, 『컬처코드』 42~43쪽
이를 통해 7~8세가 남녀의 생리 주기뿐만 아니라, 사고도 바뀌는 때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유교에서는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 하여 남녀가 7세가 되는 때부터 같이 있지 못하게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7세까지 남녀 아이에게 모두 같은 색동옷을 입힌 것도 이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소학』에 나오는 ‘남녀칠세부동석’이란 성장 과정 중에는 남녀가 결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 과정 중에 성장에 전념하지 않고 결합과 조화를 추구하면 성장이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아 조화를 이룰 수도 없다. - 이기동, 『하늘의 뜻을 묻다』 268쪽
왜 아기가 태어나면 나무를 심었을까?
생일과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점은 나무를 심는 풍습입니다. 스위스에서는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사과나무를,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배나무를 심었습니다. 독일의 농민들도 아기가 태어나면 나무를 심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내 나무 심기’라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아들이 태어나면 소나무를 심고, 딸이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심었습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입니다. 집이나 배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땔감으로 쓰입니다. 꽃가루로는 다식을 만들고, 솔잎과 부드러운 속껍질은 식용으로 사용합니다. 솔방울로는 술을 만듭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21일 동안 금줄을 치고 남자아이는 빨간 고추와 숯덩이를, 여자아이는 작은 생솔가지와 숯덩이를 꽂아서 나쁜 기운을 막고자 했습니다.
오동梧桐나무는 생장이 빠른 것이 특징입니다. 어릴 때는 1년에 1∼2.5m씩 자라고, 15년 정도 되면 이미 15m가 넘을 정도로 훌쩍 커져 있습니다. 오동나무와 비슷한 것으로 줄기가 푸른 벽오동나무가 있습니다. 봉황은 죽실竹實(대나무 열매)을 먹고 살며 벽오동에만 둥지를 튼다고 합니다. 화투에서 ‘똥’이라고 부르는 것도 사실은 오동나무(동桐) 잎입니다. 그리고 ‘똥광’에 등장하는 새는 닭이 아니라 봉황입니다. 봉황이 세상에 나타나면 천하가 크게 안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천자聖天子의 상징으로 인식되었고, 조선 시대에는 임금의 상징으로 벽오동나무를 많이 심었습니다.
오동나무는 생장이 빨라서 딸아이가 시집갈 때 장롱이나 반닫이 같은 가구로 만들어서 혼수로 보냈습니다. 또 사람이 죽으면 소나무는 주검 밑에 칠성판으로 깔고, 오동나무로는 관棺을 짰습니다. 소나무 중에 굵게 자라서 안쪽의 심재가 황적색을 띤 황장목黃腸木은 왕실 또는 귀족들의 관재棺材로 쓰였습니다.
필자는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소나무를 심고,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심은 것에도 음양의 원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봄이 되면 새싹의 줄기가 하나의 선으로 곧게 뻗어 나옵니다. 이런 목木의 성질을 직향성直向性이라고 합니다. 여름이 되면 잎이 넓게 평면으로 펼쳐집니다. 이와 같은 화火의 성질을 산포성散布性이라고 합니다. 가을이 되면 입체처럼 동그란 열매가 맺히고, 겨울이 되면 점과 같은 씨앗이 남습니다. 가을철 금金의 성질은 견렴성堅斂性, 겨울철 수水의 성질은 응고성凝固性이라고 합니다. 토土는 음과 양의 기운을 조화시켜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런 토의 성질을 중화성中和性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행을 도형으로 표현하면 수는 점, 목은 선, 화는 평면, 금은 입체, 토는 십자十字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소나무의 뾰족한 잎은 선, 오동나무의 넓은 잎은 평면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소나무는 목木의 기운이 강하고, 오동나무는 화火의 기운이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내경內經』에 의하면, 사상四象으로 목은 소음少陰, 화는 태양太陽, 금은 소양少陽, 수는 태음太陰입니다. 따라서 ‘남자는 양에 속하므로 소음인 소나무를 심고, 여자는 음에 속하므로 태양인 오동나무를 심어서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자 했다.’고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기가 태어났을 때 나무를 심은 이유가 단지 이런 용도로 쓰기 위해서였는지는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스위스 사람들이 나무를 심은 이유는 ‘나무가 아기의 행복과 신비한 관련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조상들이 나무를 심은 이유에도 이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기의 탄생과 나무의 관계를 보여 주는 내용은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웅족 여인이 혼인할 곳이 없으므로 매일 신단수 아래에 와서 아이를 갖게 해 달라고 빌었다. 이에 환웅께서 웅족 여인을 임시로 광명의 민족으로 받아들여 혼인해 아들을 낳으시니 이름을 단군왕검이라 하였다.(熊女者 無與爲婚 故每於壇樹下 呪願有孕 雄乃假化而婚之 孕生 子 號曰壇君王儉)
『삼국유사』 「기이紀異」
기자 신앙祈子信仰의 대상은 큰 나무나 산과 내, 기암괴석이나 기자암, 기자석에 치성을 드리는 형태로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웅씨녀가 신단수에 빌어 단군을 잉태한 것은 기자 치성祈子致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신단수 아래에서 아이를 갖게 해 달라고 빌었다.’는 것은 곧 신수神樹에 깃들인 신령스런 힘을 빌려 아기를 낳고자 한 행위로서 수목 숭배樹木崇拜의 일종입니다.*6)
*6)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기자신앙’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