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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잊혀진 역사

<천자사상>천자사상의 종주국 대한민국

by 이세덕 2019. 5. 24.

<천자사상>천자사상의 종주국 대한민국
<천자사상>천자사상의 종주국 대한민국

중국의 쉬량즈徐亮之는 “중국의 책력법은 동이족이 창시한 것이다(中國歷法創始於東夷。『중국사전사화』.246쪽)"라고 하여 동이족이 책력법을 창시하였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천자天子 사상 또한 동방 한민족이 창시한 것으로서, 한민족 고유의 제천 문화에서 나온 것이다. 한민족 문화의 핵심은 한마디로 고도의 종교 철학 체계를 갖춘 제천 문화라 할 수 있다. 천자 제도 또한 제정일치祭政一致 시대의 제천 문화가 정치 제도화하면서 나온,  우주 통치자 상제님을 지상에서 대행하는 황제皇帝 제도였다. 천지는 인간 세계를 대표하여 하늘(상제님)에 제사를 올리고, 제후들은 천자의 명을 따른 것이다.

칭제건원稱帝建元(황제를 칭하고 연호를 세움)은 환국 시대 신교의 ‘삼신三神상제 사상’에서 시작되었고 천자라는 말은 본래 삼신상제님의 정신을 체득하고 상제님을 대행하여 그 진리로써 세상을 교화하고 다스린 환웅·단군을 ‘천제자天帝子’라 한 데서 연유하였다.

(『단군세기』; 『태백일사』「신시본기」)

 

 이 신교의 삼신상제 사상이 중국사의 시조 황제헌원 때부터(사실은 그 이전부터) 중국으로 건너가 인격성이 희석된 ‘천天’사상으로 변화하면서 ‘천자’라는 호칭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중국의 천자제도는 요·순과 하·은· 주 시대, 그리고 춘추전국 시대를 거쳐 6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처음으로 칭제건원을 하면서 성립된 것으로서 그 역사가 2,200년에 불과하다.  동한東漢의 채옹蔡邕이 지은 『독단獨斷』 상권을 보면 “천자는 동이족이 부르던 호칭이다. 하늘을 아버지로 땅을 어머니로 하는 까닭에 천자라 부른 것  이다(天子,東夷之所稱 父天母地,故稱天子。)”라고 하여 천자라는 호칭이  본래 동방 한민족의 언어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으니, 중국의 천자 제도는  우리 것을 모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독단』의 기록은 고대에 동방 조선이 천자 나라[天子國]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거짓 없이 전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공자가 28세 청년 시절에 동이족 담자郯子(소호 금천의 후손)를 찾아가 동이의 천자 제도와 관제官制를 배웠다는 사실에서 더욱 뚜렷이 입증된다. 소공 17년 가을 담자가 노魯나라를 방문하자 소공이 연회를 베풀면서 “소호少昊씨가 새로써 관명官名을 지은 것은 무슨 까닭인가?" 라고 물었을 때, 담자는 ‘옛적에 황제黃帝’는 구름[雲]로, 염제신농은 불[火]로, 공공共工씨는 물[水]로,태호복희는 용龍으로, 담자의 고조 소호 지摯는 봉조鳳鳥로 기틀을 잡았으므로 각각 구름, 불, 용, 새로써 백관의 관명을 붙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담자의 증언은 중국 삼황오제 시대의 역사적 인물들이 모두 한민족의 혈통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천지음양을 주재히는 영물靈物(음양문화의 원류)로 알려진 용봉龍鳳[각각 水(月).火(日)를 뜻함]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천자를 상징한다. 용봉문화와 신조 神鳥로 기틀을 삼은 관작官爵 제도는 동이 겨레의 본고장인 만주, 한반도지역에서 더욱 뚜렷한 원형을 찾아볼 수 있다. 배달국 홍산紅山문화의 대표적인 유적지인 요령성 우하량牛河梁에서는 정교하게 만든 옥기가 다수 출토되었는데, 옥기 가운데에는 2천 년 후 상나라의 것과 흡사한 용 모양의 것[龍形玉]도 있다. 또한, 봉황을 묘사한 도기隔器도 발굴되었는데, 이로 미루어볼 때 동아시아의 독특한 문화 현상인 용봉 토템이 배달국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한민족 고유의 용봉문화는 지금도 민속신앙의 솟대에서 그 자취를 엿볼 수 있다.

단군조선에서 갈라져 나온 북부여, 동부여, 고구려, 신라, 백제, 가야 등  에서 볼 수 있는 일월숭배 사상에는 용봉문화의 오랜 자취가 남아 있다.  한민족의 일월숭배 사상은 흔히 일월을 상징하는 봉황과 용으로 나타나며 이들은 각각 삼족오三足烏와 두꺼비로 대치되기도 한다. 문헌기록과 여러 유물을 통해 분명히 드러나는 용봉문화는 일월의 광명 정신(日月合明,  『관자管子』)을 품고 있다. 북부여 시조 해모수 단군의 ‘해解’는 해(태양)와 뜻이 통하며 태양 숭배 종족의 유풍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개국 설화에서 태양은, 현대인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불덩이 형태가 아니라 알[卵]이나 일광日光등으로 나타나며, 천자[天帝子]나 국조國祖를 상징한다.

이러한 선인들의 의식에 내재한 천제자로서의 태양 묘사가 단적으로 기술되어 있는 것이 이규보李奎報(1168~1241)의 『동국이상국집』 「동명왕편」이다. 해모수 단군은 천제의 아들[天帝之子]로서, 처음 하늘에서 내려올 때 오룡거五龍車를 타고 왔다. 해모수를 따르는 100여 인은 모두 흰 고니를 탔으며 채운彩雲이 위로 뜨고, 음악 소리가 구름 속에서 울렸다. 해모수는 웅심산熊心山에 머무르며 10여 일이 지나 처음 내려왔는데, 머리에 오우관烏羽冠을 쓰고, 허리에 용광검龍光劍을 찼으며 아침에는 인간 세상에서 살고 저녁에는 천궁天宮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여기서 해모수 단군의 오룡거, 오우관, 용광검 등은 고대 한민족 용봉문화의 뚜렷한 흔적이다. 그리고 아침과 저녁의 거처가 다르다는 묘사는 하루 동안의 태양의 운행을 상정하는 것이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동국이상국집」, ‘광개토태왕비문’에는 고구려의 시조 추모鄒牟(주몽) 왕 역시 천제의 아들로서 알에서 태어났으며, 수신水神 하백河伯의 외손(해모수 단군은 하백의 사위)이라 하였다. 중국측 사료인 『후한서』,『삼국지』,『위서魏書』,『논형論衡』에도 주봉 성제가 햇빛을 받아 잉태되었다고 기록되어 있고, 「모두루묘지牟頭婁墓誌」에는 주몽을 ‘일월(日月: 日→火→鳳,月→水→龍)의 이들’이라 하였다.

태양의 화신으로서 군왕에 관한 내용은 주몽뿐만 아니라, 신라 시조 박혁거세朴赫居世와 김알지,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탄생에서도 나타난다.  혁거세가 태어날 때에 하늘에서 땅으로 전광電光과 같은 빛이 수직으로 내려왔는데, 그곳에 알이 하나 있었다. 이 알에서 나온 이가 바로 혁거세인  데, 동천東泉에서 목욕시키니 몸에서는 광채가 나고, 일월도 청명淸明하였 다고 한다. ‘혁거세’란 “빛과 밝음으로 세상을 다스린다[光明理世]”라는 뜻이다. 김알지는 금빛 찬란한 궤에서 태어났고, 김수로왕은 하늘에서 내려 온 금합金盒에 든 알에서 태어났다. 이것으로 보아 고대에는 임금이 곧 태양이고, 임금도 자신을 태양의 아들이라 하여 절대적 권능과 신성함을 나타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태양에 관한 설화로 『삼국유사』,『동국여지승람』 등에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이야기가 전한다. 태양과 달의 정精인 연오랑과 세오녀가 일본으로 갔기 때문에 신라에서는 빛을 잃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연오랑, 세오녀의 이름에 나타나는 까마귀 ‘오烏’는 바로 태양을 상징하는 삼족오三足鳥임을 알 수 있다. 그 밖에 월신 숭배의 흔적으로는 동부여 금와왕 탄생설화를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