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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한민족 X파일

<춘산채지가>춘산채지가1,남조선 뱃노래

by 이세덕 2023. 8. 25.

<춘산채지가>춘산채지가1,남조선 뱃노래


<춘산채지가>춘산채지가1,남조선 뱃노래

 

김남용 / 본부도장
※ <춘산채지가>는 동학과 참동학 증산도의 진리를 듬뿍 가사체로 기록한 비결서입니다. 진리 공부에 관심 있는 도생이라면 읽는 재미가 쏠쏠하여 도담道談의 주제로 적격입니다. 수박 겉 핥기 식이라도, 앞으로 다양한 비결 코드를 풀어 가는 데 만능 키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 주註]


남조선 뱃노래 제목 해제

이 편의 제목이 “남조선 뱃노래”이지만, 눈여겨보면 본문에 ‘남조선 배’라는 말이 단 한 번만 보입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가사체라고 하지만 그 내용을 명료히 알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우선 제목을 알기 위하여 두 가지 사전 설명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최수운 대신사의 역할은 상제上帝님의 강세降世, 곧 인간으로 오시는 상제님의 소식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가장 큰 천명이었지만, 동학東學은 최수운 대신사가 처형되고 그 후 혁명을 치르는 과정에서 또 후일 교단화되면서, 그 지도자들이 인내천人乃天⋅양천주養天主 등으로 시천주侍天主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최수운 대신사는 돌아가시기 전前해(1863년) 지은 글에서 자신이 상제님으로부터 받은 도道-무극대도無極大道-의 실체에 대한 글을 남깁니다.

산하대운 진귀차도 기원극심 기리심원
山河大運 盡歸此道 其源極深 其理甚遠
산하의 큰 운수가 다 이 도에 돌아오니 그 근원이 가장 깊고 그 이치가 심히 멀도다. 

- 「탄도유심급歎道儒心急」*1)
*1) 무극대도를 닦는 선비들이 마음을 급히 하는 것을 경계한다는 글.


이 말씀은 「탄도유심급歎道儒心急」의 첫 문장이며 주제입니다. 곧 산하山河의 대운大運이 다하여 무극대도로 돌아온다는 엄청난 말씀입니다. 산하山河란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를 보듬는 어머니이고 나라의 건국建國도 산하를 기본 단위로 지경地境을 삼습니다. 최수운은 상제님과 문답問答을 할 때 그동안 조선朝鮮을 지탱하던 산하山河의 운運이 다하고, 곧 국운國運이 다하고, 새로운 산하대운이 무극대도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는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음을 행간行間에 숨기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를 따르는 도유道儒들이 마음을 급히 먹지 말고 진득히 하라고 덕德을 잘 닦으라고 권합니다. 왜? 무극대도의 현묘한 기틀은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에~! 그러므로 최수운이 상제님으로부터 받고 선언한 무극대도는 기실 형이상학적 신념 체계의 영역이라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세계)나라건설(Nation-Building)의 이미지가 더 실상 파악에 도움이 됩니다. 이는 참동학 증산도 『도전道典』 속 상제님 말씀을 통해서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결론을 먼저 알아보도록 합니다.

최수운의 글에 ‘산하대운山河大運이 진귀차도盡歸此道라.’ 하고, 궁을가에 ‘사명당四明堂이 갱생更生하니 승평시대昇平時代 불원不遠이라.’ 하였음과 같이, 사명당을 응기시켜 오선위기五仙圍碁로 천하의 시비를 끄르며, 호승예불胡僧禮佛로 천하의 앉은판을 짓고, 군신봉조群臣奉朝로 천하의 인금人金을 내며, 선녀직금仙女織錦으로 천하 창생에게 비단옷을 입히리니, 이로써 밑자리를 정하여 산하대운을 돌려 발음發蔭케 하리라. (도전道典 4:19:7-13)

요약하면, 최수운이 말한 산하대운은 궁을가에 나오는 사명당四明堂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살펴보면 사명당에 언급되는 모든 용어用語들의 기본 스케일이 ‘천하天下’입니다. 곧 우리나라가 품고 있는 네 군데 산하기운(=명당 혈穴)을 써서 천하를 크게 문명文明케 하는 것입니다. 얼핏 보아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4대 강국의 국제 질서(정치)로부터 경제 질서, 사회 문화, 의식주 생활 문화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인간 사회의 기본 바탕을 다루지 않는 영역이 없습니다.
중심은 조선朝鮮, 무대는 세계世界, 구체적 내용은 전 인류의 평화스런 미래를 위한 로드맵roadmap입니다. 한마디로 무극대도는 (상제님의 대이상大理想으로 열어 주는) 조화선경造化仙境=지상선경地上仙境 건설이며, 요샛말로 ‘한류韓流 열풍熱風 추진 프로젝트!’입니다.

이 말씀은 조선의 국운이 이미 다하여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되어 군권軍權도 넘어가고 고종高宗 황제가 순종에게 양위하던 1907년에 기록되었습니다. tvN의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기억하시나요? 군대가 해산되고 의병이 되어 산속에 모여 거사를 준비하면서 한 장 기념사진을 외신기자에게 남기던~. 그러한 시간 무대를 뒷배경으로 상제님은 사명당*2) 발음을 말씀하십니다.
*2) 사명당 갱생이라는 말이 곧 비결祕訣입니다. 사명당四明堂을 중 사명당四溟堂으로 잘못 알도록 하여야 명당明堂이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사명당은 천하의 명당이며 개인으로서는 그 화복을 감당하기 어려운 대길지입니다. 이미 발음되고 있으며 행여나 가까이하려 하면 이를 지키는 천지대신장들에 의하여 큰 화를 받게 됩니다.

두 번째는 지금도 쓰기가 조심스러운 남조선南朝鮮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것입니다. 최수운 대신사는 상제님을 만나 도통을 받는 자리에서 이름 없는 구도자인 자신이 선택된 이유와 그 결론이 12제국 괴질운수怪疾運數가 도래하였음을 알리는 천명을 확인하게 됩니다. 물론 그의 생존 시에 괴질이 퍼진 일은 없습니다. 남조선이라는 말의 태생은 남조선 북조선의 구분조차 있지 않던 시대, 상제님이 말씀하신 ‘만국활계남조선萬國活計南朝鮮’에서 기원합니다.
만국활계萬國活計(전 세계 사람을 살리는 계책)=남조선南朝鮮. 이는 최수운이 천명을 받고 선언宣言한 12제국 괴질운수의 대구對句와 같습니다. 곧 전 인류를 구원하는 이미지가 그려지는 더 포괄적이며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동학東學의 결론이면서 동시에 무극대도의 현묘한 기틀(玄機)이 완전히 옷을 입고 드러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참동학 증산도의 다른 표현과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남조선 배는 동학에서 상제님이 말씀하신 괴질운수로부터 인류를 궁극적으로 구원하는 생명生命의 배입니다. 구체적으로 무극대도의 현묘한 기틀이 전 세계에 조화선경(=지상선경)으로 열리는 과정에서 넘고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을 것입니다. 산처럼 우뚝한 난제難題들을 해결하고 새로 건설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산하대운山河大運이라는 천지 기운이 뒷감당합니다. 최수운은 상제님으로부터 도통을 받을 때 그 힘이 산하의 대운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역대 어느 누구도 이렇게 큰 그림을 말한 도통자가 없었습니다.*3)
*3) 산山도 굽이굽이, 강江도 굽이굽이~ 산의 용맥이 굽이치는 것을 궁弓, 물줄기가 굽이치는 것을 을乙이라 합니다. 그래서 동학 신도들은 사명당이 갱생하여 도통군자道通君子들이 나와서 승평昇平 시대가 열린다고 궁을가弓乙歌에서 노래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남조선 배는 천지와 함께 하는 배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을 하지 않아도 이 배는 천지의 주인이신 상제님이 선주船主입니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우리나라가 중심이고, 전 인류를 살리는 생명선입니다.

일락서산日落西山 해가 지고

우리나라를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라고 부른답니다. 은둔의 나라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선각자들은 우리가 태어나고 뼈를 묻는 이 땅을 행주형行舟形라고 표현하였습니다. 풍수적으로 어디론가 (배처럼) 떠나가는 동력이 요동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기왕 떠나간다면 잘 운행해야겠지요. 그래서 도선국사 같은 풍수의 천재는 우리나라 서쪽 지세가 기운다고 진단해서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전남 화순 운주사運舟寺에 천 개의 부처(사공)와 탑(돗대)을 쌓아 태평양을 헤쳐 나가도록 하였습니다. 천상天上의 석공石工들이 천불천탑을 세우는데 그 전설에서도 ‘다음 새벽닭 울기 전까지’라는 시간 단서가 붙습니다. 남조선 배도 아침 해를 보며 떠나는 것이 아닌, 해가 지고 달빛에 의거하여 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면서 떠납니다. 그림은 낭만이지만, 배는 기본적으로 물에 떠서 바람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신神의 숨결인 바람이 순풍이기만을 기원할 뿐입니다.

천지天地로 배를 모아

이 배는 그 틀이 도덕선道德船입니다. 작자作者의 고향이 유교儒敎 문화권이어서 표현에 한계가 있을 뿐, 동서양 도덕道德을 선양한 모든 도덕군자들이 이끄는 배입니다.

범피중류泛彼中流

‘범피중류泛彼中流’란 배가 물결을 치며 물 한가운데로 떠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심청이를 실은 배가 인당수로 가면서 망망한 바다를 유유히 떠나가는데 해안의 절경이 펼쳐지는 내용이 범피중류 편입니다. 쉴 새 없이 전진하며 지나가는 경치 속에 할 말도 많고 스쳐 가는 상념도 끊이지 않습니다. 남조선 배가 이미 출발하여 천지와 하나 되어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제일강산第一江山 돛대

제일강산은 우리나라. 남조선 배의 선장船長은 당연직當然職. 전全 원수元帥! 원수元帥는 군인의 가장 높은 계급이며 ‘전全 원수元帥’는 구체적으로 전명숙 장군을 칭합니다. 동학혁명 때 녹두장군으로 더 잘 알려진 이분은 지금 천상에서 더 이상 장군이 아닙니다. 1901년 개편된 천상신명조직에서 조선 명부冥府대왕으로 임명되셨습니다.
명부冥府는 생사生死를 관장하는 곳으로, 당신이 한국인으로 태어났다면 이분의 결재가 있어서 태어나기도 했거니와 죽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갑오(1894)년 전명숙 녹두장군이 이끄는 남조선 배는 잘 알다시피 실패하였습니다. 배는 속성상 물에 떠서 바람에 의지하여 목적지를 가는데 그야말로 풍파風波를 당한 거지요.
남조선 뱃노래는 이제 다시 돛을 올리고 떠나는 여정을 노래합니다. 이번에 반드시 상륙하는 이유는, 조선명부에서 남조선 배(시대)를 이끌어 가는 인물을 내기도 하고, 역할이 끝난 인물은 명부로 불러들이기도 하면서 운행하기 때문입니다. 녹두장군의 동학혁명은 천상신명계에 큰 바람을 일으켜 이로 인하여 세계전쟁(1⋅2차)이 일어났는데, 이에 대한 것은 「초당의 봄꿈」 편에서 자세히 알아봅니다.

전명숙全明淑이 거사할 때에 상놈을 양반 만들어 주려는 마음을 두었으므로 죽어서 잘되어 조선 명부대왕冥府大王이 되었느니라. (도전道典 2:29:2)

전명숙全明淑이 도탄에 빠진 백성을 건지고 상민常民들의 천한 신분을 풀어 주고자 하여 모든 신명들이 이를 가상히 여겼느니라. 세상 사람이 전명숙의 힘을 많이 입었나니 1결結 80냥 하는 세금을 30냥으로 감하게 한 자가 전명숙이로다. (도전道典 4:11:1,4)


용담수류 사해춘龍潭水流 四海春

용담수류 사해춘은 용담의 물이 흘러 사해四海(전 세계)에 봄이 된다는 말로, 이를 가리켜 동경대전에서는 ‘용담수류 사해원龍潭水流 四海源’이라 했습니다. 남조선 배는 이미 동학에서 그 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세 가지 주제는 첫째 시천주侍天主-상제님을 모시는 시대 도래, 둘째 후천개벽의 시공간 질서의 열림, 셋째 괴질운수의 극복입니다.

천하절후天下節候 삼변三變

뱃노래를 관통하는 주제의 하나는 때[時]의 절대성입니다. 하늘은 춘하추동 시간의 법칙으로 돌아가고, 인간은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겠죠? 동학은 무극대도의 시간대라는 포괄적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천지의 가을 시간대가 도래했다는 뜻입니다.
최수운 대신사는 그의 「포덕문」에서 춘하추동 사시 변화가 상제님의 자취라고 하였는데, 참동학 증산도의 안운산 태상종도사님은 지금은 (12만 9600년을 주기로 하는) 우주의 일 년 시간대에서 가을 시대로 들어가는 때이며, 가을에는 천지의 주인이신 상제님이 직접 인간으로 오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후천개벽이라고 하는데 무극대도는 곧 후천개벽의 시간대를 여는 진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심공부一心工夫 하올 적에

남조선 배에 오른 사람들은 이곳이 대접받는 곳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일꾼은 세 가지 복福이 있다고 태상종도사님은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일복’, ‘욕복’, ‘고생복’이 그것입니다. 천지가 생긴 이후 처음 떠나는 배이므로, 백서白書나 매뉴얼이 따로 없으니 모든 것이 처음입니다. 묵은 기운이 채워져 있는 곳에서는 큰 운수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4)
*4) 상제님 말씀으로는, “천하사를 하는 자는 넘어오는 간을 잘 삭여 넘겨야 하느니라. 대인의 공부는 참는 데 있느니라. 자고로 선지선각先知先覺은 훼방을 많이 받나니 천하사를 하는 데 비방과 조소를 많이 받으라. 남의 비방과 조소를 잘 이기어 받으면 내 세상에 복 탈 것이 크리라.” - 도전道典 8:33:1~4)


아서라 말아라

여기서 태백산太白山은 강원도 태백산을 가리키는 말이라기보다는 태백太白이라는 비결祕訣어를 감춘 다중의미어입니다. 일제日帝는 합방合邦 이후 교사들에게도 칼을 차게 하는 무단정치를 해 오다가, 1919년 3.1만세 사건을 맞으며 크게 당황합니다. ‘대한독립만세!’ 대한제국 이후에도 새로운 나라가 있다는 민중들의 염원이 있기에 이 구호는 가능하였습니다.
이에 일제는 식민 정책을 ‘문화정치’로 바꿉니다. 그러면서 조선총독부 경무국에서는 이씨조선 500년 내내 금서禁書였던 「정감록鄭鑑錄」의 출간을 1923년에 허락하고 <동아일보> 등에 ‘내용이 풍부하다고’ 신간 소개 광고까지 싣게 합니다. 보라~ 조선의 국운에 관한 비결이라면 모두 수집하여 공개 출간하니 많이들 연구해 보아라. 아무리 보아도 독립에 대한 것이 있느냐? 하는 자신감이 저변에 깔려 있지요.
그러나 비결이란 그렇게 눈에 띄게 ‘나=비결’이라는 티를 내지 않습니다. 있어야 할 것은 그대로 다 담겨 있었습니다. 비결은 세상이 혼란할 때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1970~1980년대 한국 사회가 혼란할 때 정감록이란 이름으로 나온 비결서들이 사실은 일제 때 공개한 정감록을 저본으로 하였음은 아이러니합니다. 채지가도 그 시기를 전후하여 나온 비결서 중의 하나로 판단됩니다. 책으로 출간되었을 리 없지요. 비결은 최대한 의미를 중첩시켜 곱씹게 만들어야 끈질기게 살아남습니다. 채지가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수집한 가사 중 동학 계열 가사로 분류되고 있습니다.*5)
*5) 남조선 뱃노래는 전통적인 비결 해석 방법을 동원하지 않습니다. 굳이 지나간 사실을 꿰맞춘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고, 무엇보다 현재 진행형인 사실을 적시하는 것이 더 중요치 않을까요? 그래서 여기서는 비록 수박 겉 핥기 식이지만 중요한 대목대목만 건드리고 요약합니다.

태백산은 상제님과 그 대행자에 대한 비결 용어입니다. 도라지道羅止, 도하지道下止 등은 상제님이 전라도 땅에 오신다는 것을 은유합니다. 인왕사유人王四維(=전라全羅)라고 풀어서 보통 말하는데, 정감록에는 엄택곡부奄宅曲阜라는 말을 썼습니다(상제님이 전라도 고부 땅에 오신다).

허무하다 허무하다 세상사람 허무하다

당신은 금수저입니까? 당신이 남조선 배에 오르기 전에 먼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를 권고합니다. 역사상 가장 힘이 센 영웅이며 우虞미인 같은 절세미인과 살았던 항우項羽. 패왕별희라는 경극京劇으로 잘 알려졌듯이 그는 때를 맞추지 못하고 비극적 삶을 맞습니다. 또 성군聖君의 대명사 요堯임금을 아버지로 둔 단주丹朱의 삶은 어떠하였는가요? 그야말로 금수저 중 금수저의 위치였지만 제대로 뜻을 펴 보지도 못한 채 바둑판이나 붙잡고 한恨을 삭여야 했습니다.

할 일 없다 이 내 운수

그렇다면 우리네 인생이야 더 볼 것 없겠지요? 한마디로 모두 한恨의 인생사일 뿐! 누구를 막론하고 방법은 단 하나! 하늘에서 제일 높은 구천九天에 호소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하소연에 해원解冤의 문이 열렸다고 합니다. 상제님이 응감하시는 소식이 전해 옵니다.

모악산 돌아들 때

여기서 남조선 배에 숨어 있는 유전자 코드-상제님 강세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모악산에는 금산사金山寺가 있고, 1,200년 전 진표율사(718~?)가 미륵부처님께 간구하여 앞으로 당신님이 인간 세상에 직접 강세하실 것과 그때 다시 큰 쓰임을 받기를 기원하며 미륵상을 조성한 곳입니다. 김제金堤군 금산金山면 금산金山리 금金미륵. 모두 가을 금金 기운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진표율사는 특이하게도, 미륵금상을 밑 없는 시루 위에 조성하며 많은 화제를 던져 주었습니다. 이는 상제님이 시루 증甑의 도호道號를 쓰시며 실제로 시루산(甑山) 아래에서 탄강하심으로 응감되었습니다.
여기서 많은 웃지 못할 해석이 이루어졌습니다. ‘시루가 있으면 솥이 떠받쳐야 된다.’, ‘솥에는 불을 지펴야 한다.’ 등등. 그래서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종교인들 중에 솥과 관련된 호를 가진 분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비결 문서인 「정감록鄭鑑錄」을 보면 막저부莫底釜(=없을 막, 밑 저, 가마 부)라고 되어 있고, 부금냉금종금浮金冷金從金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부금浮金은 무엇을 말합니까? 그냥 떠 있다. 무슨 솥과 같은 것으로 받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냉금冷金은 무엇을 말합니까? 이 역시 솥과 같은 것으로 찌는 것도, 불을 넣어 덥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말합니다. 진표율사는 미륵상을 조성할 때부터 후일 이러한 폐해가 있을 것을 미리 내다보시고 단단히 경고하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솥’은 남조선 배의 유전자가 아닙니다.
좀 더 부연하면, 상제님께서는 만국활계남조선 청풍명월금산사라는 글을 남기셨습니다. 이것은 남조선 배와 금산사와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말씀하신 것입니다. 곧 상제님이 오시기 전까지는 금산사(미륵전)에 남조선 배의 모든 유전자 코드가 숨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제님이 오시고 나서는 금산사의 주인이 청풍명월(=충청도)에 있다는 말씀입니다.

도원결의桃園結義 하실 적에

남조선 배는 조선 국운과 함께합니다. 그런데 아주 특별한 성신聖神이 등장하여 우리나라를 도와준다는 말씀입니다. 관운장은 상제님이 계신 옥경대의 경호실장과 같은 분인데 그는 우리나라를 세 번 도와준다는 삼보조선三保朝鮮 고사가 있습니다.(이번 남조선 배 운행 과정에서 우리 국운을 위하여 세계 전쟁에 호출된다는 말씀입니다. - 「초당의 봄꿈」에서 구체적으로 알아봅니다.) 뿐만 아니라 삼계복마대제三界伏魔大帝로 계시면서 일꾼들에게 모든 마신魔神을 복속시키는 역할을 맡고 계십니다. 너무도 든든한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지한 창생들아

남조선 배는 선천에서 후천으로 건네주는 구원救援의 배이며 생명선生命船입니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외를 심으면 외가 나야 하는데, 세상 이치는 소인小人이 복을 받고, 착한 사람이 화를 당하는 선악 구별이 혼잡한 현실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천 운수의 모순으로부터 후천 운수를 개벽開闢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남조선 배입니다. 그것을 그렇게 해 주는 이치는 신도神道가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남조선 배는 불의를 뿌리 뽑고 정의를 규명하는 신도神道와 함께합니다. 그러므로 거짓과 불의는 통하지 않습니다. 암실暗室에서 마음을 속인들 사람이야 속지마는 신명神明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상제님께서는 “이 당黨 저 당黨 다버리고 무당巫堂 집에 가서 빌어야 살리라.”(도전道典 6:93:5)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당黨에는 생명력이 없습니다. 세상 사람을 기만하는 모든 불의不義를 맑히는 역할이 후천개벽 운수를 따라 진행될 것입니다.

도사공都沙工은 치를 잡고 소사공小沙工은 노를 저라

어찌 보면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남조선 배는 천지와 함께하는 도덕선이기에 신도神道에서 드러나지 않고 일체되어 음호하고 있습니다. 사해용왕 오악산왕 28장 제대신장 28수 제위신장이 혼연일체가 됩니다. 이는 대자연 천체권과 인사人事가 합일合一이 됨으로써 가능합니다. 대우주가 열린 이후 여태껏 이렇게 신인합일된 시공간이 열린 적이 없었습니다.

백발노인 청춘되고 백발노구 소부되어

남조선 배가 정박하려는 후천 세계는 상제님이 건설하는 새로운 세계입니다. 3,000년 전 미륵경에서는 미륵님이 이 세상에 오실 적에 불 때지 않고 밥하는 세상이라고 하였지요~. 전기밥솥이 나오기 전에는 참으로 허황된 예언이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이런 예언 구절 같은 것은 인용하지도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후천 세계는 지금의 우리 수준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별세계임에 틀림없습니다. 그것을 후천선경後天仙境이라고 표현해 주셨는데 상제님의 이상理想이 현실화되는 세계이므로 조화선경造化仙境,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지므로 지상선경地上仙境이라고 합니다. 참동학 증산도에는 여동빈 도수가 있습니다. 앞으로 세계 사람을 건지는 구원 사업을 하는 주체가 부실해서야 어떻게 구제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그 첫 스텝이 일꾼들이 먼저 갱소년되는 것입니다.

나의 일은 여동빈呂洞賓의 일과 같으니, 동빈이 사람들 중에서 인연 있는 자를 가려 장생술長生術을 전하려고 빗 장수로 변장하여 거리에서 외치기를 ‘이 빗으로 빗으면 흰머리가 검어지고, 빠진 이가 다시 나고, 굽은 허리가 펴지고, 쇠한 기력이 왕성하여지고 늙은 얼굴이 다시 젊어져 불로장생하나니 이 빗 값이 천 냥이오.’ 하며 오랫동안 외쳐도 듣는 사람들이 모두 ‘미쳤다.’고 허탄하게 생각하여 믿지 아니하더라. 이에 동빈이 그중 한 노파에게 시험하니 과연 흰머리가 검어지고 빠진 이가 다시 나는지라 그제야 모든 사람이 다투어 사려고 모여드니 동빈이 그 때에 오색구름을 타고 홀연히 승천하였느니라. 간 뒤에 탄식한들 무슨 소용 있겠느냐! (도전道典 7:84:3~10)

의관문물衣冠文物 볼작시면 어이그리 찬란한고

이제 남조선 배에 승선한 사람들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선풍도골仙風道骨 환골탈태換骨奪胎 말로만 듣던 신선神仙의 모습이네요. 어떻게 수련하면 이렇게 될 수 있을까요? 선천의 수행법이 비록 방대하다고 하지만, 불가佛家만 하더라도 깨달음을 얻은 조사들의 이름은 노트 한 페이지를 채우기 어렵고, 도가道家에서 구도求道하여 신선神仙의 반열에 오른 분도 숫자가 매우 한정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 보십시오. 노파老婆를 청춘靑春으로 갱소년更少年시킨다는 것입니다. 이 믿지 못할 갱소년 프로그램은 앞서 인용한 여동빈 신선께서 직접 주관主管하신다고 알려집니다. 신선이 되어야 남조선 배에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남조선 배에 오르면 신선이 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니 배에 오르는 것이 관건이겠지요~.

예로부터 신선이란 말은 전설로만 내려왔고 본 사람은 없었으나 오직 너희들은 신선을 보리라. (도전道典 7:89:9)
태을주 공부는 신선神仙 공부니라. (7:75:4)

선관월패仙官月牌 단장하니

지금부터는 갱소년된 신선神仙 선녀仙女들을 단장하는 시간입니다. 의관문물衣冠文物. 의衣는 예복禮服, 관冠은 관복이나 예복을 입을 때 머리에 쓰는 것, 문文은 무늬 채색이 직책에 따라 다릅니다. 물物은 몸에 부착하는 패물佩物입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일체의 유니폼을 나라에서 최고품으로 지급합니다. 무엇을 위하여?
마찬가지로 신선⋅선녀들은 인간 세상이 열린 이후 천지에서 결실한 열매와 같습니다. 그들은 천지天地에서 어떤 일에 역사役使하게 될까요? 얼핏 금척金尺이란 한 구절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금척이란 천부경天符經을 새긴 금으로 만든 자[尺]라고 알려져 오는데, 기실은 병들거나 죽은 사람에게 대면 대번 낫거나 살아난다고 한 영험한 물건입니다. 남조선 배(=만국활계)가 생명선임을 기억한다면, 갱소년으로 구성된 신선神仙 선녀仙女가 바로 상제님의 아들딸, 구원의 주체임을 알 수 있습니다. 괴질운수의 때가 되면, 흰 도복을 입고 상제님의 천명을 알리는 깃대를 들고 그들이 나섭니다.

건져 보세 건져 보세 억조창생 건져 보세

남조선 배는 서산西山에 해 떨어지고 달빛을 벗삼아 출발하였는데, 이제 월궁月宮에 닻줄 걸면 배가 정박할 때가 거의 다 되었다는 의미겠지요? 선천의 양陽 세계가 저물고 이제 후천 음陰의 세계가 되었습니다. 시간의 본질로 보면 단지 연속선일 뿐이지만, 선후천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여름과 가을이 바뀌는 시간, 자연에서는 서릿발이 내려서 만물을 숙살肅殺하는 정리의 시간을 갖듯, 선후천의 교체기에도 숙살肅殺 기운을 피할 수 없습니다. 동학에서는 그것을 괴질怪疾운수라고 하였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으니 괴질怪疾이요, 12제국에 한꺼번에 퍼지니 손쓸 방법이 없습니다. 그동안 병명을 알기 어려운 여러 번의 질병이 있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콜레라를 괴질이라고 부른 적도 있었고, 인류는 여러 번 페스트와 같은 급성전염병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동학東學은 태생 자체가 상제님이 괴질운수를 문제로 제기한 것입니다. 최수운에게 알리라고 한 것입니다. 그것은 상제님이 아니면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경계의 영역이라고 상정할 수 있습니다. 남조선 뱃노래는 그 과정 과정을 비교적 큰 그림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서북천西北天은 그야말로 안개만 자욱합니다. 살 기운이 매우 희박함을 보여 줍니다. 반면에 동남東南 하늘은 꽃이 만발하였으니 그 상징이 얼마나 좋습니까?

의아疑訝말고 따라서라 등燈 들고 불 밝혔네

전통적으로 상제님의 강세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주로 전라도를 어떻게 내용으로 끌어들일까? 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그런데 뱃노래는 배를 타고 가는 내용이므로 어주자魚舟子가 등장합니다. 어주자는 배 타고 물고기 잡는 어부漁夫인데 도연명의 도화원기에서 무릉도원까지 인도해 주는 길잡이를 말합니다.
앞에서 미륵님의 용화 세계의 주인공은 당연히 미륵부처님이신데, 인간으로 오시는 상제님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미륵부처님이 진주晋州를 본관本貫으로 하는 성씨姓氏로 오신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남강철교」에서 다시 알아봅니다.)

불변선원不變仙源 하처심何處尋고

진주晋州 땅 생기기까지 그 배경이 되는 지리산에 대해 알아봅니다. 삼신산三神山으로 알려진 태을성신이 머문다고 합니다. 태을은 전쟁과 질병, 인간의 생사판단을 주관하는 별인데 이 역시 「초당의 봄꿈」 편에서 알아보겠습니다.

부춘산富春山 칠리탄七里灘에 오월양구五月羊汨 떨쳐입고

남조선 뱃노래의 저자는 이제 마무리에 앞서, 혹시나 이 배에 타기를 주저하는 고고孤高한 지성知性을 걱정합니다. 엄자릉嚴子陵(이름 光, BC39년~AD41년)은 후한後漢을 창업한 광무제 유수劉秀(BCE 5~CE 57)와 함께 공부한 친구였습니다. 그는 유수가 군사를 일으켜 후한을 세울 때 크게 공헌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나중에 이름을 바꾸고 오지인 절강성 부춘산富春山 동강桐江으로 잠적해 일생을 보냈습니다. 광무제는 전국에 그의 얼굴을 배포하여 찾게 하였는데, 칠리탄(깎아지른 절벽이 7리나 이어지는 험한 여울)에서 무더운 오월임에도 양피羊皮로 지은 옷을 입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그를 수도인 낙양에 데려와 벼슬을 내렸지만 광무제를 친구로 대할 뿐 다시 동강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냅니다. ‘고난은 함께할 수 있어도 영화榮華는 같이하지 않는다.’는 많은 영화와 소설의 주제입니다. 엄자능이 결국 은둔하여 낚시나 하려고 공부를 하지는 않았겠지요? 광무제를 도왔다면 후한後漢이 더 빛나지 않았을까요? 역사에 이름을 올린 은둔 지사 엄자능을 여기서 소환하는 이유는, 남조선 배가 출범하는 목적이 선천 역사의 창업創業 과정과는 차원이 다르며, 절개를 지키려 꼭꼭 눈과 귀를 닫고 숨어 지내는 지사志士들도 모두 천지天地와 함께하는 이 역사役事에 동참을 권하기 위함입니다.

상원갑上元甲 지나가고

60갑자도 각기 이름이 있는 것을 아십니까? 1864년은 상원갑자요, 1924년은 중원갑자, 1984년은 하원갑자입니다. 2044년은 다시 상원갑자로 돌아옵니다. 남조선 뱃노래가 중원갑을 바라보며 가사를 기록한 것으로 보아 이 글은 적어도 1924년 이전에 지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용담수류 사해원’ 같은 『동경대전東經大全』의 글귀가 수록된 것으로 보아 적어도 동학 경전을 자유로이 인용하는 당대의 수준 높은 지성이 짓지 않았을까요?
조선총독부 경무국에서 1923년 정감록을 발간한 해와 우연치고 겹치는 것을 보면, 일제가 금서禁書 해제를 넘어 정감록을 광고까지 하는 것을 보고, 조선의 비결秘訣은 동학과 참동학에서 모두 무장 해제가 된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보여 주기 위하여 지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인사人事는 기회機會가 있고 천시天時는 때가 있어

마지막으로, 남조선 배의 화자話者는 때를 놓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이 가사체 노래는 인간으로 오시는 상제님을 제대로 찾고 천지 일꾼으로 거듭나 천지 역사에 동참하라는 의도로 지어졌지만, 그때만 해도 일제日帝 강점기라 세상은 깜깜하기만 할 때였습니다.
지금은 상제님의 말씀과 행적이 『도전道典』으로 성편되어 구도求道에 뜻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든 선명한 지도地圖를 보면서 고지까지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때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남조선 뱃노래는 비록 과거 문서이지만, 지금도 최단 거리 길 찾기를 알려 주는 데 전혀 손색없는 내비게이션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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