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인생의 첫 출발-탄생
<삼신>인생의 첫 출발-탄생
인생의 첫 출발-탄생
겨우내 갈색으로 물든 산과 들은 마치 모든 생명이 죽어 있는 듯 고요합니다. 그러다 따스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면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온 천지를 뒤덮습니다. 앞으로 꽃을 피울지, 아니면 가시덤불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새싹은 그 자체로 싱그러움을 선사합니다. 기나긴 인생의 첫출발을 하는 아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기가 생글생글 웃는 모습은 모든 사람에게 행복과 희망을 줍니다. 그래서 아기의 탄생을 축복하고 건강과 영화를 누리기를 축원하는 행사는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삼신은 낳고 칠성은 기르느니라. (도전道典 11:240:10)
하루는 태모님께서 이용기에게 말씀하시기를 “야, 용기야! 오늘 자식 달라고 오는 사람이 있다.” 하시더니 잠시 후 아들이 없어 한恨이 된 어떤 사람이 찾아와 태모님께 아들을 내려 주실 것을 애원하거늘 태모님께서 삼신경三神經을 읽어 자손줄을 태워 주시니라. 이때 용기가 신도神道가 열려 보니 삼신 일을 보고 칠성 일을 보면 두 기운이 합해져서 생명이 잉태되더라. (도전道典 11:58)
아기의 탄생과 관련한 첫 번째 풍습은 아기를 점지해 줄 것을 기원하는 기자신앙祈子信仰입니다. 기원 대상은 삼신⦁산신⦁용신(용왕)⦁칠성⦁부처 등입니다. 태모님 말씀처럼 아기의 탄생과 관련한 일은 삼신三神이 주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아기를 점지해 줄 것을 삼신께 주로 기원했습니다.
삼신三神(산신産神, 삼신할머니)은 아이의 잉태와 해산을 관장하고 7세 이전까지의 성장을 돌봐 주는 보호신保護神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아기가 탄생하면 아기를 점지해 주신 삼신할머니께 감사를 드리는 치성을 올리고, 아기의 건강과 복, 제액除厄을 기원합니다. 산실産室의 윗목에 해산미역, 백미로 지은 삼신밥, 정화수, 실타래 등으로 삼신상三神床을 차려서 삼신할머니께 치성을 올린 후에는 산모가 치성 음식을 남김없이 먹었습니다. 출산 후 3일째와 7일째, 14일째, 21일째 되는 날에도 삼신상을 차려 치성을 올리고 삼신밥과 국을 산모가 먹었습니다.
아기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백일百日
아기가 태어난 지 백일百日이 되는 날에 백일잔치를 벌입니다. 숫자 100은 완성수를 상징하고, 100일은 많은 날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백일잔치는 아침에 흰밥과 미역국으로 삼신상을 차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삼신상 앞에서 산모가 아기의 건강과 수명, 복록을 삼신할머니에게 빌고 나서 삼신상에 차린 음식을 먹습니다. 아기의 백일상에는 장수를 기원하는 백설기와 부정을 막는 수수팥떡, 인절미, 송편 등의 떡과 과일이 푸짐하게 차려집니다. 여기에 더해 아기의 장수와 복을 비는 뜻으로 흰 실타래와 쌀이 놓입니다.*2)
*2)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백일’ 참고
그런데 백일 의례는 태어나서 어려운 고비를 넘긴 아기를 하객들이 모여서 사회의 일원으로 공인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혼자 자립할 수 없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머리의 무게 때문입니다. 누군가 머리를 받쳐 주지 않으면 아기는 머리를 가눌 수조차 없습니다. 신생아가 혼자서 목을 가누는 시기는 일반적으로 3~4개월 사이입니다. 이 기간에 아기의 근육 발달과 움직임의 다양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백일은 아기가 인생을 시작하면서 처음 육체적으로 자립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동석 선생이 저술한 『우주변화의 원리』 책에는 이와 관련한 내용이 있습니다.
선천은 자축인子丑寅이 동북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동북은 양생지방陽生之方인즉 동북에 기울어진 축丑과 인寅은 목기木氣의 발생을 너무 강하게 촉진하게 되므로 해亥와 묘卯의 음陰들이 수반할 겨를이 없는 것이다. - 한동석, 『우주변화의 원리』 227쪽
동남은 화火의 방위이므로 진수辰水의 분열이 너무 과도하기 때문에 …… 형불급形不急의 위험이 있었던 것이다. - 한동석, 『우주변화의 원리』 223쪽
인체에서 정신은 양陽, 육체는 음陰에 배속합니다. 지금 인류가 살고 있는 선천의 봄⦁여름철에는 지축이 동북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양의 기운이 강합니다. 그래서 아기가 엄마의 자궁 속에서 자랄 때 양기陽氣가 과도하게 작용해서 온전한 육체를 형성하기가 어렵습니다. 더욱이 아기가 자궁 속에서 다 자라기도 전에 10개월 만에 출산하게 됩니다. 이로써 아기의 정신과 육체는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상극의 투쟁을 벌이며 병고에 빠져 단명하게 됩니다. 따라서 10개월에 100일을 더한 13개월 동안 엄마의 자궁 속에서 자라야 온전한 정신과 육체를 갖춘 사람이 되어 탄생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아기의 미래를 점치는 돌
돌은 생후 1년 만에 돌아온 아기의 첫 생일입니다. 돌날 아침에는 삼신상을 차려 삼신할머니에게 올려서 아이의 건강과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가족이 모여 미역국과 쌀밥을 나누어 먹습니다. 돌잔치의 묘미는 아기가 돌상에 놓인 돈, 책, 붓 등의 물건을 잡는 돌잡이 행사입니다. 요즘에는 청진기와 마이크 등을 올려놓기도 합니다. 이때 첫 번째와 두 번째에 집는 물건으로 그 아이의 성격⦁재질⦁수명⦁재복⦁장래성을 점칩니다.*3)
*3)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돌’ 참고
돌옷은 이전까지 입던 흰색 위주의 옷에서 벗어나 원색 옷감으로 색동옷을 만들고, 쓰개에서부터 신발, 장신구에 이르는 한 벌을 모두 갖추어서 입힙니다. 남자아이는 색동저고리를 입고 전복에 복건幅巾이나 호건虎巾을 쓰며, 여자아이는 색동저고리에 굴레나 조바위를 썼습니다.
색동옷은 주로 돌부터 6~7세까지의 어린아이가 입었습니다. 그리고 혼례식에서 새 신부가 착용하는 원삼에 색동 소매를 달았습니다. 색동은 황黃⦁청靑⦁백白⦁적赤⦁흑黑의 오방색 옷감을 이은 것입니다. 색동옷을 입히는 행위에는 나쁜 기운을 막는 벽사辟邪와 무병장수의 축원이 깃들어 있습니다.*4)
*4) “궁중에서도 4월 초파일에 어린 왕자가 색동 관사로 지은 두루마기를 입었다는 기록이 있다.”(「두산백과」 ‘색동저고리’), “옛날에는 대처승들이 자신의 자녀를 일반 사람의 자녀들과 구별하기 위하여 입혔다고도 하는데, 이는 아마도 조선 시대의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에서 비롯된 풍습이었으리라 생각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색동옷’)
그런데 어린아이에게 색동옷을 입힌 이유가 벽사와 무병장수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입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백색 옷을 즐겨 입었습니다. 정확히는 어떤 색도 물들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흰 소색素色 옷을 입었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포대기에 싸여 있다가, 태어난 지 3일이 되는 날 아침에 첫 목욕을 하고 흰색의 배냇저고리를 입습니다. 삼칠일이 지나면 배내옷을 벗고 저고리와 풍차바지를 입고, 돌부터는 오방색 옷을 입습니다. 7세 이후로는 흰색과 채색옷을 입다, 죽어서는 흰색의 삼베옷을 입습니다. 흰옷을 입고 삶을 시작하여, 오방색 옷을 입고 삶을 누리다, 다시 흰옷을 입고 삶을 마감한 것입니다.
흰색은 태양의 광명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태양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일곱 색깔 무지개가 나옵니다. 일곱 색깔은 오방색에 대응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무지개의 색을 다섯 가지로 여겨 ‘오색 무지개’라고 했기 때문입니다.*5)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색동저고리를 만들 때 오방색에 두 개의 색을 더 섞어서 일곱 가지 색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흰색은 태양의 광명 자체를 의미하고, 색동저고리의 오방색은 태양의 광명이 실제 드러난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광명 속에서 태어나 광명의 옷을 입고 광명 속에 살다 가는 것이, 우리 민족의 삶이자 사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미국에서는 남색을 제외한 여섯 가지 색깔, 마야인은 검은색⦁하얀색⦁빨간색⦁노란색⦁파란색의 다섯 가지 색깔, 아프리카 사람들은 두세 가지 색깔로 무지개가 이루어졌다 여겼다. 무지개의 색깔을 일곱 가지로 정한 사람은 뉴턴이다. 당시에 7을 신성하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숫자로 여겼던 것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 「어린이백과」 “무지개 색깔은 나라마다 달라요?”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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