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상극>피로 얼룩진 역사
<선천상극>피로 얼룩진 역사
마찬가지로 정당을 몰아붙이려면 역적을 했다고 해야 물리칠 것 아닌가? 아 그놈들 역적모의한 놈이라고 말이다. 정북창 아버지가 하는 소리다. 허면 역적모의한 근거라도 있어야 될 것 아닌가?
“근거 있지.”
“그러면 가지고 와 봐라.”
요 얼마 전만 해도 우리나라 풍속도에 어머니 아버지가 죽으면 조상을 했다. 그래서 조객록(弔客錄)이 있다. 조상 조 자, 손 객 자, 기록 록 자. 누가 왔는지 백 명도, 2백 명도, 5백 명도 다 조객록에 기록해 놓는다. 또 부조도 하고.
죽은 지 일 년, 돌이 되면 소상(小祥)이라고 한다. 상서 상 자. 또 돌 기 자를 써서 소기(小朞)라고도 하고. 그러고 다시 일 년이 되면 대상(大祥)이라고, 큰 대 자, 상서 상 자를 쓴다. 그걸 대기(大朞)라고도 한다. 그때도 조객들이 온다. 문벌에 따라서 5백 명도 오고 3백 명도 오고 2백 명도 오고. 그 사람들을 조객록에 전부 기록을 해 놓는 것이다.
헌데 그 당파를 죽이려고 아무개네 집의 조객록 겉장을 떼 내버리고서 그걸 갖다가 디밀었다. 이것이 역적모의한 사람들 명부라고 말이다. 그러니 몰사죽음이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서 죽는다. 왜 죽는지도 모른다.
내가 역사를 들이 꿰고 있는 사람이다. 인류역사는 이렇게 피로 물들고 불의로 장식이 됐다. 이게 선천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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